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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어단어 1,000개 외우기를 그만둔다.

영어공부 할 때 기본 영어단어 1,000개를 외우려는 시도가 많다. 2006년 출판된 글로비쉬 책에서 1,500개 단어를 제시하고, VOA NEWS도 Special English 기사작성에 사용하는 1,500개의 단어를 제시하면서 영어단어 1,000개~1,500개 단어만 알아도 영어로 말하고 쓸 수 있다는 얘기가 많이 퍼져있다. 나도 얼마전까지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. 1,000개의 기본 단어를 먼저 익히고 문법책을 공부해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. 그런데 그 생각이 바뀌었다. 더 적은 200개 단어로도 영어로 말할 수 있게끔 연습해야 한다.

<<미드는 단 350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(Cozy 지음, 동양북스)>> 책에는 일본 의학계 연구원으로 일하는 Cozy의 경험이 나온다. 미국에서 영어 말하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 드라마를 보던 저자는 미드 대사의 80%가 350개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발견한다. <Sex and the City>와 <Friends> 모든 에피소드의 대사를 분석했을 때 각 미드의 대사 중 약 80%가 겨우 350단어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. 이 경험으로 Cozy는 많은 단어를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350개 단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을 이 책에 담고 있다.

이 책을 읽은 후 비즈니스 영어 이메일에 쓰이는 영어도 궁금해졌다. 올해 내가 미국, 캐나다, 영국 고객사로부터 받은 300여 개 메일에서 본문 단어를 정리해 보았다. 내가 받은 원어민 영문 이메일의 80% 역시 347개 단어로 채워져 있었다. 내가 보낸 영문 이메일의 80%는 그 보다 더 적은 260개 단어로 되어 있었다.

Edward Fry박사는 1999년 <<1000 Instant Words>>란 책을 펴내면서 자주 사용되는 영어 단어를 연구했는데, 300단어가 written English의 65%를 차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. 구글에서 “300 words 65%”로 검색해보면 많은 사람이 Edward Fry 박사의 말을 인용하는 걸 보면 많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. Edward Fry박사의 연구는 모든 written English일 경우이니 미드 혹은 비즈니스 이메일 등 분야를 한층 좁히면 350 단어가 80%를 차지한다는 게 현실에 가깝다고 본다.

나는 각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순서대로 300개 단어를 비교해 보았다. 미드 대사에 자주 등장하는 300개 단어, 비즈니스 영문 이메일에 자주 등장하는 300개 단어, 그리고 Edward Fry박사가 제시한 300단어를 비교했다. 이 중 3군데 모두 등장하는 건 겨우 120 단어밖에 안 되었다. 3군데 중 2군데에 등장하는 단어도 84개 단어밖에 안 된다. 결국 분야에 상관없이 자주 쓰이는 영어단어는 150단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. 특히 명사는 분야가 다르면 겹치는 게 22% 뿐이었다. 동사와 형용사도 분야가 다르면 겹치는 게 45~52%정도밖에 안 되었다.

알고 있는 영어 기본단어가 200개를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1,000개든 2,000개든 무작정 영어 단어를 외우는 건 피해야 한다. 그 중 150~200개 단어만 분야에 상관없이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. 나머지는 영어를 쓰는 상황에 따라 거의 등장하지 않는 단어일 수 있다. 특히 명사의 경우 일반 단어집으로 공부하는 효율이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.

150개 정도의 기본단어를 익힌 상태에서도 간단한 문장으로 영어 말하기가 가능하도록 연습해야 한다. 그 다음은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단어책, 단어리스트를 무작정 외울 게 아니라 내가 영어를 사용할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문장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단어와 표현을 늘려가야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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